RQ·할당관세 관련 심의 대부분 훈령 무시한 채 ‘서면’으로
미미한 물가안정 효과, 국산보다 비싼 수입 농산물 비축도 뭇매
수입 고추 가공 후 수출국서 검출된 사용금지 농약 사례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선 부적절한 저율관세할당물량 증량을 비롯한 정부의 농축산물 수입 정책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3월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한 수입업체 물류센터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들이 수입바나나에 대한 현장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의 농산물 수입 위주 정책은 시장 혼란 및 생산기반 위축뿐만 아니라 여러 부문에 걸친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선 부적절한 저율관세할당(TRQ)물량 증량 및 할당관세 적용 결정 절차, 미미한 물가안정 효과와 비축사업의 실체 등을 비롯해 부실 검역으로 비롯된 안전성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년 2개월 간 ‘서면’ 대체된
TRQ·할당관세 심의·의결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는 국내 농가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TRQ 도입·증량 및 할당관세 적용을 관장하는 만큼 관련 심의를 꼼꼼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축산물 수출입정책의 합리적 조정을 목적으로 설치된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가 그간 서면으로 운영됐다는 점을 짚으며, 부적절한 심의 절차를 국감장에 등장시켰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훈령 위반에 해당된다.
이원택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총 22번의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 회의는 모두 서면으로 진행됐다.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 규정에 따라 안건의 내용이 경미한 경우나 위원이 회의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위원의 출석에 의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면으로 심사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열린 22번의 회의 중 상당수가 TRQ 증량 및 할당관세 적용 등에 대한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음에도 서면 대체된 것이다.
또 이원택 의원은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 규정에 따라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할 경우 개최 3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회의안건을 통보해야 하지만 공문 전달로부터 3일이 되기도 전 회신을 요구한 경우가 전체 회의 횟수의 절반인 11번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원택 의원실에 따르면 TRQ 품목에 대한 연간계획 심의 자체도 매우 부실했다. 품목별 농산물의 국내외 수급정보, 생산 농가 영향 평가 등이 심의에 수반돼야 함에도 14개 TRQ 품목에 대한 연간계획 심의 시 관련 내용은 단 3줄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해 기준 TRQ로 수입된 농산물은 금액으로 약 12조원에 달한다.
업계 배 불려주는 관세인하,
국내산보다 비싼 수입산 비축
정부가 TRQ 도입·증량 및 할당관세 적용으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 수입산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주된 이유가 ‘물가인하’임에도 실제 효과는 극히 부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혜택이 수입업자 주머니로 흘러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할당관세 수입액이 2021년 대비 8조원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할당관세 적용 품목 역시 사료나 가공품 원료가 아닌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비롯해 대파·양파 등 민감품목으로 확대됐고, 고관세 품목인 각종 과일에 대한 빗장도 대거 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축산물 수입업자에게 돌아가는 관세지원액은 2021년 1854억원에서 2022년 552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2023년엔 39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0~50%에 달하는 고관세 수입 과일을 대상으로 한 할당관세 적용으로 사상 최대 관세지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임미애 의원실은 할당관세 적용의 혜택이 대기업 계열사에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원실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할당관세 지원으로 소고기를 무관세 수입한 주요 업체에는 식품 대기업 계열사가 대거 포함됐다. 7개 식품 대기업 계열사가 수취한 관세지원액 추정치(당시 관세지원율 10~15%의 평균치인 13%를 가산해 산출)만 189억2100만원에 달한다. 반면 할당관세 지원을 받은 수입소고기의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미국산(냉동갈비)·호주산 소고기의 소비자가격은 무관세 수입 이후로도 대부분 상승했다. 이는 수입업자가 관세 인하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이원택 의원은 정부가 국산보다 비싼 수입산 농산물로 비축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원택 의원실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정부 비축사업 예산안 중 수입의 비중이 국내산 수매보다 항상 컸다. 예산안을 따져보면 물량은 4년 평균 수입산 비축이 전체의 73.2%를 차지할 정도였다. 금액 측면에서도 수입산 비축사업 예산은 최근 4년간 50.1% 증가한 데 반해 국내산 수매 비축사업 예산의 같은 기간 증가율은 28.9%에 그쳤다.
이는 국산과 수입산의 단가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의원실은 감자를 예로 들어 2024년 기준 국내산 수매 비축 단가(부대비용 포함)는 kg당 1688원인 반면 수입산은 2763원으로 64% 높다고 밝혔다. 국산보다 비싼 수입산 위주의 비축사업,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검역 허점 드러낸 사용금지 농약
가공 거친 뒤 수출국서 검출돼
임미애 의원은 TRQ·할당관세 수입의 불확실한 물가안정 효과뿐만 아니라 수입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에도 집중했다. 사용해선 안 되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고 심지어 해당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과정 또한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에 국감 내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수입 농산물 안전성 문제를 짚었다.
임 의원은 8년 만에 재개된 지난해 건고추 국영무역에서 클로르메쾃이라는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농약 성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aT가 건고추 수입 과정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수입 건고추를 국내 업체가 가공 후 수출하는 과정에서야 확인됐다. 국내서 가공·수출한 고춧가루를 대만이 수입하는 과정에서 위해 물질이 포함됐단 사실을 파악했고 우리나라는 해당 물량이 반송되는 과정에서야 이를 인지한 셈이다.
아울러 허술한 수입 농산물 검역 실태는 물론 부적합한 회수 절차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산 건고추가 두 번에 걸쳐 140톤, 200톤 총 340톤 국내에 들어왔는데 나중에 들여온 200톤 중 100톤가량만 회수됐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또한 앞선 과정에서 소모된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회수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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