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간 연근해 표층수온 1.44℃ 상승 … 세계 평균보다 2배 높아
해수부, 수산·양식분야 종합대응 … 양식어종 바꾸고 양식장 이전
한국 바다는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곳이다. 한반도 주변 어종이 변하고 양식업 환경도 변하면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1968년 이후 올해까지 56년간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수온은 1.44℃ 상승했다.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2100년이 되면 올해보다 연근해 수온이 4.1℃ 더 상승하고 고수온 현상은 연간 105일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0년간 수온 상승을 고려할 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다.
해수부는 지속적인 국내 어획량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연근해 어획량은 1980년대 151만톤에서 2000년대 116만톤, 2020년대 93만톤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온이 상승하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멸치(-27%) 오징어(-89%) 갈치(-25%) 고등어(-18%) 참조기(-23%)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은 2000년 이후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양식 생산량도 2019년 240만톤, 2020년 231만톤, 2023년 227만톤으로 감소추세다, 고수온 피해는 2021년 292억원에서 지난해 438억원, 올해 1419억원으로 늘었다.
해수부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 수산물 생산량은 지난해 368만톤에서 14% 줄어든 317만톤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금액도 14% 떨어진 8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산업과 연관산업 매출은 10조5000억원 줄어들고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어가들이 떠나면서 전체 어가의 18%인 7800여 어가가 소멸할 것으로 우려했다. 생산이 줄어든 어종은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 물가도 압박한다.
해수부는 5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수산·양식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지속가능한 어업 방책을 제시했다.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수산·양식업 생산·공급체계를 마련해 2030년까지 연근해·원양어업, 양식어업을 포함한 수산물 생산량 370만톤 유지, 어가소득 6500만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양식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8년까지 모든 어선에 총허용어획량 제도 전면 도입 = 먼저 어종·어장 변화에 맞춰 오래된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최근 해수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정책이다.
해수부는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2028년까지 모든 어선에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허용어획량 내에서 쿼터를 거래할 수 있는 ‘양도성개별할당제’(ITQ)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TAC는 자원량을 고려해 잡을 수 있는 양을 정하고 그 범위에서 어업인들에게 어획량을 할당하는 제도다.
이는 기존의 어업시기·방식 등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정책과 함께 진행한다.
현행 기준 1529건의 규제 중 어선 안전이나 수산자원 보호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740건 이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기후변화로 회유하거나 서식하는 어종이 변화하는 것에 대응해 어업인들의 업종 변경도 지원하고 버려지는 물고기는 자원화해 어가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바뀐 제도를 어업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업인 간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어업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수산조정위원회의 기능과 역할도 강화한다.
위원회는 현행 정책 심의 기구에서 심의·의결 기구로 전환하고 △분쟁조정 △TAC 배분 △지역별 특성에 맞는양식산업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양식장 재배치 등도 추진한다. 기후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기후변화 복원해역’으로 지정해 입식량·시설을 어장 수용력에 맞게 조정하고 품종 전환이나 면허지 이전 등을 지원한다.
시·군·구 경계를 넘는 ‘광역면허 이전 제도’를 도입해 양식하기 좋은 장소로 양식장을 옮길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강 장관은 “허가된 양식장 면허를 어업인들이 서로 거래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온 변화에 따른 양식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온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보급 △중간 육성장 도입 △스마트 양식 개발·보급 △고수온 발생에 대비한 장비 보급과 긴급방류 △조기출하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대규모 어선감척 시기 다시 도래" =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핵심은 어업인들의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해수부는 어업인들의 경영안전망을 두텁게 구축하는 정책을 주요하게 마련했다.
어선어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 등 예상치 못한 어업인의 경영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안정자금 △정책자금 이자감면 △상환유예 등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식업 분야는 재해보험과 재해복구비를 확대 개편하고, 신규 정책자금을 도입하여 경영회생을 지원한다.
공익직불제를 개선하고 신규 직불제를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할당받은 어획량의 5%를 유보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해 어업인 자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TAC 판매로 연간 200억원 규모의 자조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조성·관리하면서 확보한 탄소흡수량 ‘블루크레딧’을 판매하거나 가두리 면적 제한을 풀어 그물에 걸린 작은 참다랑어 등을 길러 팔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마을어장을 이용해 어업과 체험활동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자원관리를 통해 생산력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수익을 환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오징어 등 기후변화로 생산이 줄어든 어종을 어획하는 어선 중 어획강도가 높은 어선을 중심으로 감척도 진행한다. 감척한 어선 중 조업에 사용할 수 있는 어선이나 유휴 어선을 활용해 어업인에게 임대해 경영회생을 돕는 어선 공공임대제도도 운영한다.
강 장관은 “대규모로 다시 감척해 나가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전방위적으로 감척을 할 것”이라며 “다만 공공임대제도 운영 선박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안전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산물 공급망도 강화한다. 우선 수산물 수급 변동 예측을 위해 계량경제모형을 도입하고 물가관리품목을 현행 6종(고등어 갈치 참조기 마른멸치 명태 오징어)에서 기후변화 영향 어종까지 확대한다. 수급 예측결과를 토대로 정부비축품목과 방출 방식을 다변화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수급관리를 확대해 정부-민간이 함께하는 관리시스템도 도입한다.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서 해외 어장과 양식어장을 개척하고 냉동·냉장시설, 어항 등 제반 시설을 지원해 원양산업을 활성화한다.
국제사회의 지역수산기구가 운영하는 자원보호 활동에 기여도를 높여 연안국 수역을 벗어난 공해에서 안정적인 조업물량을 확보하고 해외어장조사를 통해 대체어장도 확보한다.
해외어장조사는 내년 러시아 명태자원 공동조사, 남극해 이빨고기 어장개척 등을 추진한다.
해외시장 관측사업을 통해 수입국가 편중을 개선하고 식약처와 협업을 통해 수입 국가와 위생약정을 확대해 안전한 수산물 공급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기준 수입수산물의 78.9%를 약정체결 12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기후환경국제전략팀을 중심으로 수산·양식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어업인 지자체 관계부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지원을 위한 ‘해양수산 기후변화대응센터’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수산·양식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기반으로 각 어종과 지역 특성에 맞는 어종별·지역별 대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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